성경을 읽다 보면 하나님께서 사람의 이름을 부르시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모세야, 모세야", 그리고 "사울아, 사울아"처럼 하나님께서 직접 이름을 부르시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단순한 호명 같아 보이지만, 이 ‘이름 부르심’에는 깊은 신학적, 영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신다는 것은, 그 존재 자체를 알고 계시며 그 사람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신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히브리 전통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 그 이상을 의미했습니다. 이름은 그 사람의 존재, 성품, 사명을 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시며 새로운 정체성과 사명을 부여하신 것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이름으로 부르심으로써 존재의 본질을 인정하시고 변화시키십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시며 각 사람을 제자로 삼으셨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셨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신앙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께 기억되고 있으며,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예레미야 1장 5절에서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고..."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우리를 알고 계셨고, 이름으로 부르시며 인도해오셨습니다.
이 부르심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 각자의 이름을 부르시며 삶의 방향과 정체성을 회복시키기 원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불리워진 존재’임을 인식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의 기준에 의해 흔들리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 안에 뿌리내린 존재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존중하며 부름으로써 하나님의 방식으로 관계 맺기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은 곧 ‘그 사람을 인정하는 행위’입니다. 예수님께서 사께오를 바라보시며 "사께오야, 속히 내려오라"고 하셨을 때, 그 순간은 사께오의 인생이 바뀌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이 예수님의 입을 통해 불릴 때, 그는 하나님의 관심과 은혜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우리의 이름을 부르고 계십니다. 그 부르심 앞에 귀 기울이시고,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새롭게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존중하며, 그 이름 속에 담긴 하나님의 형상을 바라보는 신앙의 눈을 갖게 되시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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