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혼돈이 아니라 질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창세기 1장을 살펴보면, 하나님께서는 첫째 날부터 여섯째 날까지 일정한 순서와 리듬을 따라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낮과 밤, 아침과 저녁, 일과 쉼의 반복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안에 하나님의 리듬이 녹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기독교 신앙 안에는 ‘리듬’이라는 중요한 영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 기상, 식사, 일, 교제, 그리고 밤의 휴식. 이 모든 것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리듬에 따라 살아가는 신앙적 행위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시간의 질서를 따라 살아가는 것은 단순히 효율적인 삶을 위한 방법이 아니라,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거룩한 여정이기도 합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정한 때’에 대한 중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합니다. 전도서 3장에서는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다”고 말씀하고 있으며, 시편에서는 “주의 때를 기다리며”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때’는 단순한 시계 시간(chronos)이 아니라 하나님의 카이로스(kairos), 즉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신적 순간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신앙은 하나님의 시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가는 ‘리듬의 삶’입니다.
이러한 리듬은 개인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교회의 예배 안에도 깊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일마다 반복되는 예배, 절기에 따른 기념과 묵상, 하루 중 정해진 시간에 드리는 기도와 묵상, 이 모두는 하나님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삶의 중심을 하나님께 두는 실천입니다. 성찬 예식 또한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주기적으로 기억함으로써, 우리 신앙에 반복과 기억이라는 리듬을 심어 줍니다.
또한 기독교인의 삶에서 ‘쉼’은 매우 중요한 리듬의 한 요소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일곱째 날에 쉬셨고, 우리에게 안식일을 지키라 명령하셨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너무 바쁜 삶을 살고 있어 쉼의 리듬을 잊기 쉽습니다. 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기도 속에서, 말씀 묵상 속에서, 조용한 자연과의 만남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리듬 안에 머무는 법을 배웁니다.
현대 사회는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흐름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리듬은 그렇게 급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애 동안 늘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셨습니다. 새벽에 한적한 곳에 나가 기도하시고, 무리를 섬기시고, 제자들과 함께 식사하고, 때로는 배를 타고 호숫가를 건너며 쉼을 가지셨습니다. 예수님의 삶은 곧 ‘리듬 있는 신앙생활’의 본보기였습니다.
이제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 삶의 리듬은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 질서와 일치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의 속도에 휘둘리고 있지는 않은가요? 기독교 신앙은 우리에게 진정한 리듬을 회복하라고 말합니다. 반복 속에 지루함이 아닌 의미를 발견하고, 쉼 속에서 소외가 아닌 회복을 누리며,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삶을 배우는 것입니다.
삶의 리듬을 하나님의 리듬과 맞추어 갈 때, 우리는 세상의 혼돈 속에서도 평안과 균형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쁘고 요란한 세상 속에서, 주님의 리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는 여러분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께서 정하신 리듬 속에 거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분의 뜻 안에 온전히 거하는 진정한 신앙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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