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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기독교와 시간 감각: 하나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by 빛소길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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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시간 감각: 하나님의 시간, 인간의 시간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갑니다.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계획을 세우며, 늦지 않기 위해 분주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이러한 삶의 구조 속에서 ‘시간’은 하나의 자원으로 인식되며, 잘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성경은 시간에 대한 다른 시각을 제시합니다. 하나님께서 다루시는 시간, 즉 ‘카이로스(καιρός, 하나님의 때)’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간 개념인 ‘크로노스(χρόνος, 연속된 시간)’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하나님의 시간은 단순히 연속된 흐름이 아닌, 특정한 목적과 계획이 실현되는 순간을 의미합니다. 예수님의 공생애 시작, 성령 강림, 우리의 회심의 순간들 역시 ‘카이로스’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들입니다. 이러한 시각은 우리로 하여금 단순히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이상의 태도를 요구합니다. 즉, 하나님의 시간 안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영적 인식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성경은 시간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가르칩니다. 전도서 3장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다”라고 말하며,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정하신 때가 있다는 진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삶의 조급함, 불안함, 혹은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일하고 계시며, 우리의 모든 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십니다.

 

기독교인은 자신의 시간을 단순히 자기 중심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묻는 태도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신앙적 의미가 있는지, 하나님께서 무엇을 말씀하시고 계시는지를 늘 고민하며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특히 바울 사도는 에베소서 5장 16절에서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라고 권면하며, 시간을 신중하게 그리고 지혜롭게 사용하라고 강조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단순히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수준을 넘어, 영적인 분별력으로 매 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요청으로 읽힙니다.

 

또한 기독교 신앙은 영원의 관점에서 시간을 바라보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삶이 영원의 서막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지만, 하나님의 시간은 영원합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종종 ‘하나님의 타이밍’을 기다려야 합니다. 기도가 즉시 응답되지 않아도, 하나님의 계획은 결코 지연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적절한 때에 이루어집니다. 이 기다림 속에서 우리는 인내를 배우고,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더욱 깊이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날 바쁜 현대인의 삶 가운데, 신앙인은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상 속의 잠시 멈춤,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 기도로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 등은 단순한 시간 소비가 아닌, 영적인 생명을 공급받는 순간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야말로 ‘카이로스’를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결국, 기독교 신앙은 시간 자체를 거룩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주일 예배를 통해 한 주간의 시간을 구별하고, 사순절이나 대강절과 같은 절기를 통해 하나님의 시간 속에 참여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이러한 신앙적 실천은 우리가 단순한 ‘시간의 소비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시간에 참여하는 자’로서 살아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바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지금 이 순간도 하나님의 시간임을 기억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시간 위에 하나님의 뜻과 사랑이 흐르고 있다는 믿음 속에서, 오늘 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시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복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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