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자동차, 대중교통, 비행기 등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수단들로 가득하지만, 성경이 기록되던 시대에는 ‘걷는 것’이 일상적인 이동 수단이자,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의 도구였습니다. 걷는다는 행위는 단순한 이동을 넘어, 영적인 상징이 담긴 행위로 이해되었습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성경 속에서 나타나는 '발걸음', 특히 '걷기'와 '순례'에 담긴 신학적 의미를 살펴보며, 오늘날 크리스천이 이 메시지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을지 함께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아브라함의 발걸음: 믿음의 여정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명령하신 첫 말씀은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창세기 12:1)는 말씀이었습니다. 여기서 ‘떠남’은 곧 ‘걷기’를 의미하며, 이는 믿음의 첫 걸음이 걷는 데서 시작됨을 상징합니다. 아브라함은 목적지를 알지 못한 채 걸었고, 그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습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신뢰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내일의 계획보다 오늘의 ‘순종의 걸음’이 하나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진정한 발걸음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광야 걷기: 순종과 연단의 시간
출애굽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향하는 동안 무려 40년간 광야를 걸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거리 이동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고, 우상을 버리고, 믿음으로 훈련받는 영적인 ‘순례’였습니다.
민수기 9장에서는 하나님께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이들의 발걸음을 인도하셨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크리스천의 걷기는 자신의 힘이나 계획이 아닌,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을 상기시켜 줍니다.
예수님의 걸음: 낮은 자를 향한 사랑의 여정
예수님께서 이 땅에 계실 때, 그분은 대부분의 사역을 걸으시며 이루셨습니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요한복음 4장), 열두 제자들과의 여행,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난 들판, 그리고 마지막 예루살렘으로의 입성까지—모두 예수님의 걸음 속에 담긴 사랑과 순종, 그리고 구속의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걸음은 항상 목적이 있었습니다. 죄인을 향한 사랑, 병든 자에 대한 긍휼, 잃어버린 자를 향한 하나님의 열심이 그 걸음 속에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또한 삶 속에서 '어디로 가느냐'보다 '어떻게 가고 있느냐'를 되묻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순례의 영성: 하나님을 향한 여정
초대 교회 이후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성지순례를 떠났습니다. 예루살렘, 베들레헴, 갈릴리와 같은 장소를 직접 걸으며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는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순례는 꼭 물리적으로 먼 길을 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일상의 작은 산책, 교회로 향하는 길, 조용한 숲길을 걸으며 하나님과 대화하는 시간도 영적인 순례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를 걷느냐’보다 ‘무엇을 생각하며 걷느냐’입니다.
현대 크리스천에게 ‘걷기’가 주는 영적 메시지
현대인의 삶은 바쁨과 분주함으로 가득하지만, 의도적으로 ‘느리게 걷기’는 삶에 쉼을 주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도 산책이나 묵상 걷기는 영성과 건강 모두에 유익한 실천입니다.
걷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자연 속에서 하나님의 창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걷기를 통해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였고, 깊은 묵상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걸음
결국 성경 속에서 걷는다는 것은 곧 ‘동행’의 의미입니다. 하나님과 함께 걷는 삶, 주님의 발걸음을 따르는 삶은 우리의 신앙 여정에서 가장 복된 길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든지, 누구와 함께하든지, 우리의 걸음이 하나님께 향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참된 순례이며, 복된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따르라.” 우리가 그 부르심에 순종하여 한 걸음 내딛는다면, 그 발걸음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위대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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