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공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집, 직장, 길거리, 교회, 카페, 공원 등 다양한 장소를 지나며 시간을 보내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 ‘공간’이라는 개념이 신앙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생각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나님은 전능하시기에 특정한 장소에만 계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러나 성경은 다양한 공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간과 만나시고, 그 공간을 어떻게 ‘거룩한 자리’로 바꾸시는지를 이야기합니다.
본 포스트에서는 기독교 신앙 안에서의 ‘공간’의 신학적 의미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1. 성경 속 거룩한 공간의 시작: 에덴동산
성경은 공간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고 처음 두신 장소는 바로 ‘에덴동산’입니다. 이 공간은 단순히 아름답고 풍요로운 정원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교제가 이뤄지던 ‘성소’였습니다. 아담과 하와는 그 공간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듣고, 그분과 동행하였습니다. 하지만 죄로 인해 이 공간은 인간에게서 멀어졌지요. 이후의 모든 신앙 여정은 다시 하나님과 함께하는 공간, 즉 ‘회복된 성소’를 향한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2. 성막과 성전: 하나님이 거하시는 장소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이동하는 삶을 살았지만, 하나님은 그들과 함께하시기 위해 ‘성막’을 명령하셨습니다. 이는 단지 예배의 장소를 넘어서, 하나님께서 백성과 함께하신다는 강력한 메시지였습니다. 이후 예루살렘 성전은 하나님의 임재가 머무는 중심 공간이 되었고, 예배와 제사의 중심으로 기능했습니다. 이처럼 공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를 매개하는 상징이었습니다.
3. 예수님, 성전이 되시다
예수님께서는 직접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리라”(요 2:19)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예수님 자신이 새로운 성전이 되심을 의미합니다. 즉, 이제는 특정 건물이나 장소가 아니라, 예수님 안에서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3:16에서 “너희는 너희가 하나님의 성전인 줄 알지 못하느냐”라고 말씀하며, 성도 개개인이 거룩한 공간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4. 일상의 공간, 신앙의 현장으로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까요? 대형 교회, 성지순례지, 수양관 같은 특정 장소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모든 공간이 하나님의 임재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집 안에서 드리는 조용한 묵상,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의 짧은 기도, 공원 벤치에서의 성경 읽기, 심지어 병원 대기실에서의 간절한 탄식조차 하나님께는 거룩한 예배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간을 신앙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그 장소를 하나님 앞에 드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입니다.
5. 디지털 공간, 새로운 성소의 가능성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예배, 줌 소그룹, 성경 앱, 기독교 유튜브 콘텐츠 등은 이제 하나님의 말씀을 접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지요. 물론 화면 너머의 공간이 갖는 한계도 분명 존재하지만, 하나님은 그곳에서도 역사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공간을 하나님 앞에 ‘드릴 수 있는가’입니다.
가상공간 역시 하나님께 드려질 수 있는 새로운 ‘성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예배하고, 진심으로 교제하며, 서로를 격려하고자 한다면 그 어떤 디지털 공간도 하나님과 만나는 ‘거룩한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간은 곧 신앙의 고백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공간은 반드시 성전이나 예배당처럼 ‘종교적인 장소’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 속 모든 공간 가운데 함께하시며, 우리가 그분을 찾는 바로 그 자리를 거룩한 장소로 바꾸십니다.
우리가 지금 서 있는 그 자리가, 하나님과 만나는 새로운 성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특정한 장소에만 계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공간 전체에 함께하시는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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