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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기독교와 ‘손 씻기’의 신학: 청결과 거룩함 사이

by 빛소길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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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와 ‘손 씻기’의 신학: 청결과 거룩함 사이

 

전 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우리는 ‘손 씻기’라는 일상적 행동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손을 씻는 행위는 단순한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영적 차원에서도 깊은 의미를 지닌 행위입니다. 기독교 신앙에서는 육체의 청결과 더불어 마음의 거룩함을 함께 추구하는 전통이 있으며, ‘손 씻기’는 이 두 차원의 연결점으로 작용합니다.

 

성경에서는 손을 씻는 행위가 단순한 습관이나 위생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나아가기 위한 거룩한 준비의 과정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대표적으로 출애굽기 30장에서는 제사장들이 회막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물두멍에서 손과 발을 씻어야 한다고 명령하십니다. 이는 단지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거룩 앞에서 자신을 성별하고 정결케 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유대인들은 식사 전 손을 씻는 전통을 지키며, 이는 일종의 종교적 의식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 외적인 의식만으로는 진정한 정결에 이를 수 없음을 지적하셨습니다. 마가복음 7장 15절에서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이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고,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고 하시며, 내면의 정결함이야말로 진정한 청결임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크리스천은 이 말씀을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육체적 청결을 철저히 유지하는 것은 이웃에 대한 배려이자 사랑의 실천입니다. 동시에 마음의 청결, 즉 생각과 말과 행동의 거룩함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때, 비로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거룩한 삶’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손 씻기라는 단순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기도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 제 손을 씻듯이 제 마음도 깨끗이 하소서”라는 고백은 일상의 순간을 영성의 공간으로 바꾸는 신앙의 지혜입니다. 손 씻을 때마다 하나님 앞에서 나의 내면을 되돌아보며, 오늘 하루 어떤 죄악이나 교만, 미움을 씻어내야 하는지를 성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신약 성경 야고보서 4장 8절은 이렇게 말씀합니다.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하시리라.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 이 말씀은 외적인 행동과 내면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함을 강조합니다. 단순한 손 씻기조차 신앙적인 상징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영적 민감함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크리스천이 회복해야 할 삶의 태도입니다.

 

이처럼 손 씻기는 더 이상 단순한 ‘위생’ 행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내면을 정결케 하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나아가는 신앙적 자세의 상징입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그 짧은 순간 속에 하나님의 거룩을 묵상하며, 일상의 작은 습관들이 거룩한 삶의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끝으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거룩은 거창한 사역이나 눈에 띄는 행동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일상, 그중에서도 ‘손 씻기’ 같은 사소한 습관 속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도 손을 씻으며, 하나님의 임재 앞에 더 정결한 모습으로 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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